"세무사님, 부모님께 집 살 돈을 좀 빌렸는데 차용증 써두면 괜찮은 거죠?"
요즘 상담에서 정말 자주 듣는 질문입니다. 대출은 막히고 집값은 높다 보니 부모님 도움을 받는 분이 많아졌는데, 대부분 차용증 한 장이면 해결된다고 생각하십니다. 그런데 세무조사 현장에서 차용증은 출발점일 뿐, 그것만으로 빌린 돈이 되지는 않습니다.
핵심 3줄 요약
① 부모·자녀 간 돈 거래는 일단 증여로 보고, '빌린 돈'이라는 증명은 자녀가 해야 합니다.
② 차용증, 실제 이자 지급, 원금 상환 기록, 자녀의 상환 능력이 함께 있어야 인정됩니다.
③ 이자 없이 빌릴 수 있는 원금은 약 2억 1,739만원이고, 1년마다 다시 계산합니다.
차용증 썼는데 왜 세무조사를 받았을까?
2026년 5월, 국세청은 국토교통부에서 넘겨받은 자금조달계획서를 분석해 고가 주택 취득자 127명에 대한 세무조사에 들어갔습니다. 주택을 살 때 "이 돈은 어디서 났는지"를 적어 내는 서류가 바로 자금조달계획서인데, 여기에 적힌 내용이 그대로 조사의 출발점이 된 셈입니다. 그리고 조사 대상에는 차용증을 써둔 사람도 있었습니다.
| 항목 | 내용 |
|---|---|
| 조사 대상 | 127명 |
| 취득 주택 규모 | 약 3,600억원 |
| 추정 탈루금액 | 약 1,700억원 |
| 검증 방식 | 30억원 이상 주택은 자금 출처 전수 검증 |
사례 30대 초반 사회초년생이 상가 건물주인 아버지에게 10억원을 받아 20억원대 아파트를 샀습니다. 차용증은 썼지만 상환기한은 '아버지 사망 시점', 이자는 '원금 갚을 때 한꺼번에'로 정했습니다. 국세청은 이를 일반적인 금전거래로 보기 어려운 내용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남남 사이라면 상대방이 죽을 때 갚겠다는 차용증에 돈을 빌려줄 사람은 없습니다. 국세청이 보는 것은 차용증이 '있느냐'가 아니라 '남에게 빌릴 때도 이렇게 썼겠느냐'입니다.
세무서는 부모님 돈을 어떻게 볼까?
세법은 대가 없이 받은 재산에 증여세를 매깁니다. 부모가 자녀에게 보낸 돈을 두고 "빌려준 것"이라고 해도, 세무서는 그 말을 그대로 믿어주지 않습니다. 국세청은 가족 간 금전대차를 원칙적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오래 유지해 왔습니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4조 제1항 제1호 — 무상으로 이전받은 재산 또는 이익은 증여세 과세대상
서면4팀-1036 (2004.07.07.) — 원칙적으로 직계존비속 간의 소비대차는 인정하지 아니함
서울고법 2014누51236 (2014.11.20.) — 차용이라는 증명책임은 원고(자녀)에게 있으며, 변제기·이자 약정 등 구체적 설명이 없으면 차용 계약으로 인정하기 어려움
핵심은 증명의 부담이 고객님 쪽에 있다는 것입니다. 세무서가 증여를 입증하는 게 아니라, 자녀가 빌린 돈임을 입증해야 합니다. 그래서 돈이 오가기 전부터 증빙을 남겨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자까지 줬는데 증여가 된 판결
이자를 실제로 주고받았는데도 증여로 본 사건이 있습니다. 부모가 자녀에게 부동산을 넘기면서 대금은 차용 형식으로 꾸몄고, 이자는 부모의 임대료 수입으로 마련해 자녀가 다시 부모에게 내는 구조였습니다. 법원은 이를 대가를 치른 것처럼 보이게 만든 가장행위로 판단했습니다(부산지법 2020구합20355, 2020.12.10.).
상담하면서 보면 문제가 되는 차용증은 대개 아래 다섯 가지 중 하나에 해당합니다.
① 상환기한이 '사망 시', '여유 있을 때'처럼 정해지지 않은 경우
② 이자 약정만 있고 실제로 이자를 준 기록이 없는 경우
③ 이자나 원금을 부모가 준 돈으로 다시 갚는 경우
④ 자녀 소득으로는 이자조차 감당하기 어려운 금액인 경우
⑤ 세무조사 통지를 받은 뒤에야 차용증을 쓴 경우
특히 ⑤번은 생각보다 흔합니다. 소명 요청을 받고 나서 급하게 차용증을 만들어 오시는 경우가 있는데, 작성 날짜를 과거로 적어도 그동안 이자를 주고받은 기록이 없으면 금방 드러납니다. 차용증은 돈이 오가는 그날 쓰는 것이 원칙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빌린 돈으로 인정받는 5가지 조건
국세청 안내와 판례를 종합하면, 실무에서 꼭 챙기는 항목은 아래 다섯 가지입니다. 하나만 갖춘다고 되는 게 아니라 전체 그림이 '남에게 빌린 돈'처럼 보여야 합니다.
| 조건 | 이렇게 준비하세요 |
|---|---|
| ① 차용증 내용 | 원금, 이자율, 이자 지급일, 만기일, 상환 방법을 구체적으로 기재 |
| ② 작성 시점 증명 | 공증 또는 확정일자로 '나중에 만든 서류'가 아님을 남김 |
| ③ 이자 지급 | 약정일마다 자녀 계좌 → 부모 계좌 이체, 메모에 '○월 이자' |
| ④ 원금 상환 | 만기 일시상환보다 일부라도 주기적으로 상환 |
| ⑤ 상환 능력 | 자녀 소득으로 이자·원금을 감당할 수 있는 규모 |
이자율은 얼마로 정하는 게 좋을까요? 실무에서는 아래에서 설명할 적정 이자율 4.6%를 기준으로, 빌리는 금액에 따라 무이자 또는 1~2% 수준으로 정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자율 숫자 자체보다, 정한 이자를 매달 같은 날 꼬박꼬박 보내는 기록입니다.
인정받은 뒤에도 끝이 아닙니다. 국세청은 차용 내역을 매년 관리하면서 약정대로 이자와 원금이 오가는지 확인합니다. 중간에 이자가 끊기거나 만기에 원금을 갚지 않으면 처음부터 증여였던 것으로 보고 과세할 수 있습니다.
이자 없이 빌릴 수 있는 금액은?
"부모님이 이자는 필요 없다고 하시는데요." 차용 자체가 인정되더라도, 세법은 이자를 덜 내서 자녀가 얻은 이익에 따로 증여세를 매깁니다. 다만 그 이익이 1년에 1천만원 미만이면 과세하지 않습니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41조의4 — 무상 또는 적정 이자율보다 낮게 금전을 빌린 경우, 그 이익이 1년 1천만원 이상이면 증여재산가액으로 봄
적정 이자율 연 4.6% — 「상속세 및 증여세법 시행규칙」 제10조의5
1천만원을 4.6%로 나누면 약 2억 1,739만원입니다. 이 금액까지는 무이자로 빌려도 이 규정에 따른 증여세는 나오지 않습니다.
| 빌린 금액 | 약정 이자 | 계산 | 증여세 |
|---|---|---|---|
| 2억원 | 무이자 | 2억 × 4.6% = 920만원 | 없음 |
| 3억원 | 무이자 | 3억 × 4.6% = 1,380만원 | 1,380만원에 과세 |
| 3억원 | 연 2% | 3억 × 2.6% = 780만원 | 없음 |
| 5억원 | 연 2% | 5억 × 2.6% = 1,300만원 | 1,300만원에 과세 |
첫째, 1년마다 다시 계산합니다. 대출 기간이 1년을 넘으면 1년이 지날 때마다 새로 빌린 것으로 보고 다시 따집니다(같은 법 제41조의4 제2항). 처음 한 번 계산하고 끝나는 게 아닙니다.
둘째, 차용이 인정됐을 때의 이야기입니다. 위 표는 빌린 돈으로 인정받았다는 전제입니다. 차용 자체가 부인되면 이자 계산과 상관없이 원금 전체가 증여가 됩니다.
셋째, 이자를 줄 때도 세금이 있습니다. 자녀가 부모에게 주는 이자는 '비영업대금의 이익'이라는 이자소득이라, 원칙적으로 지급할 때 지방소득세를 포함해 27.5%를 원천징수해야 합니다(「소득세법」 제129조). 의외로 많이 빠뜨리는 부분입니다.
갚기 전에 부모님이 돌아가시면?
차용 관계가 끝나기 전에 생길 수 있는 일도 미리 알아두셔야 합니다. 당장의 증여세를 피하려고 차용을 택했다가 나중에 더 큰 세금을 내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습니다.
| 상황 | 세금 결과 |
|---|---|
| 갚기 전에 부모님 사망 | 남은 원금은 부모님의 채권이므로 상속재산에 포함 |
| 부모님이 "안 갚아도 된다" | 면제받은 금액만큼 증여세 과세(「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36조) |
| 면제받고 혼인공제 신청 | 채무면제 이익은 혼인·출산 증여재산공제 대상이 아님 |
예를 들어 부모님께 3억원을 빌려 1억원을 갚은 상태에서 부모님이 돌아가셨다면, 남은 2억원은 부모님이 자녀에게 받을 돈으로 상속재산에 들어갑니다. 그동안 이자를 성실히 냈더라도 남은 원금에는 상속세가 붙을 수 있는 것입니다.
결혼을 앞두고 빌린 돈을 나중에 "안 갚아도 된다"고 정리하는 경우도 조심하셔야 합니다. 처음부터 증여로 받았다면 혼인공제 1억원을 받을 수 있었던 돈이, 빌렸다가 면제받는 경로를 거치면서 공제를 못 받게 됩니다. 순서 하나 때문에 세금이 달라지는 대표적인 경우입니다.
증여와 차용, 섞어서 설계하기
그래서 저는 상담할 때 "얼마를 빌릴까"보다 "얼마를 증여받고, 얼마를 빌릴까"부터 함께 정합니다. 성년 자녀는 부모에게 10년간 5천만원, 혼인신고 전후 2년 안이라면 1억원을 더 증여세 없이 받을 수 있습니다. 공제 범위는 증여로 받아 신고하고, 나머지만 차용으로 구성하면 훨씬 깔끔합니다.
| 3억원이 필요할 때 | 증여 | 차용 | 결과 |
|---|---|---|---|
| 혼인신고 전후 2년 이내 | 1억 5천만원 (공제 5천만 + 혼인 1억) | 1억 5천만원 무이자 | 증여세 0원 (1.5억 × 4.6% = 690만원) |
| 그 외 성년 자녀 | 5천만원 (공제 범위) | 2억 5천만원 연 1% | 증여세 0원 (2.5억 × 3.6% = 900만원) |
위 예시는 최근 10년간 부모님께 받은 증여가 없다고 가정한 계산입니다. 차용 부분은 앞에서 본 5가지 조건을 그대로 지켜야 합니다.
정리
집을 살 때 내는 자금조달계획서에 부모님께 빌린 돈을 적었다면, 그 내용은 언제든 국세청 검증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계약 후 30일 안에 내는 서류인 만큼 계약 전에 증여와 차용의 비율, 차용증 내용, 이자 지급 방법까지 정해두시길 권합니다.
정리를 해보자면,
① 차용증은 남에게 빌릴 때처럼 쓰고, 공증이나 확정일자를 받아둡니다.
② 이자와 원금은 자녀 계좌에서 약정일마다 이체합니다.
③ 무이자 한도는 약 2억 1,739만원이고, 1년마다 다시 계산합니다.
④ 증여재산공제 범위는 증여로 신고하고, 나머지를 차용으로 구성합니다.
참고 자료
CBS노컷뉴스, 「30억 아파트 현금 매입, 알고보니 '아빠 돈'…국세청 칼 빼든다」 (2026.05.19) https://www.nocutnews.co.kr/news/6519374
국가법령정보센터, 「상속세 및 증여세법」·같은 법 시행규칙 https://www.law.go.kr/법령/상속세및증여세법
국세청, 「상속·증여 세금상식」·「상속·증여 세금상식 Ⅱ」